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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P2P 업체를 혁신금융 업체로 둔갑시킨 '금융위'

실사도 안 나가…민간에선 "원금 회수 불확실" 보고서

2020-10-12(월) 10:00
[신동아방송=권병찬 기자] 여기도 엉망, 저기도 엉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사기 P2P(온라인투자연계) 업체 팝펀딩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부실하게 심사했음이 드러났다.

팝펀딩에 대한 실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민간 금융회사가 작성한 실사 보고서조차 참조하지 않은 탓에 팝펀딩의 사기행각에 넘어가고 말았다. 12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의하면 금융위는 지난해 2월 27일 '제2-2차 지정대리인 심사위원회'서 동산담보대출 P2P업체인 팝펀딩을 지정대리인 업체로 선정했다.

지정대리인이란 미인가 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를 수탁 운영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된 핀테크 업체는 시장에서 금융위 심사를 통과한 '혁신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

팝펀딩은 홈쇼핑 납품업자 같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한다고 홍보해온 국내 1세대 P2P 업체다.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후원금 조달을 위해 '문재인 펀드'를 만들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5월 이 회사 연계 사모펀드에서 약 1059억원어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됐다. 지난 7월엔 회사 대표를 포함한 핵심 관계자 3명이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회사는 지난달 초 최종 폐업 조치됐다.

강 의원 측은 지정대리인 선정 과정 자체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지정대리인은 금융위 내 '지정대리인 심사위원회'가 신청 기업을 상대로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금융위 사무처장·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는 지정대리인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위원 간 합의를 거쳐서만 지정대리인을 선정한다.

문제는 심사 결과를 측정할만한 객관적인 점수표나 구체적인 심사 항목 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강 의윈실이 금융위에 요청해 받은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회의에서 팝펀딩 측 브리핑을 청취한 심사위원이 한 질문은 달랑 두개 뿐이었다.

팝펀딩 측에 분석시스템 및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기업은행과의 협의 진행상황은 어떤지를 물어봤다. 팝펀딩은 시스템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 달 안에 서비스 실시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후 팝펀딩 측이 퇴장하면서 회의는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의하면 금융위는 지정대리인을 지정할 때 '금융회사의 건전성 또는 신인도를 저해하거나 금융질서의 문란 또는 이용자의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금융위가 제출한 회의록대로라면 위원회는 이런 심사 기준조차 따르지 않은 것이다. 금융 피해 발생 가능성을 따져보려면 위원회는 직간접적인 실사를 통해 업체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팝펀딩을 지정대리인으로 지정하면서 단 한 차례도 실사를 나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민간 금융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2018년 8~9월 팝펀딩 창고 3곳과 본사 등을 실사한 뒤 작성한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이를 참고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실사보고서에는 ▶재고자산 처리를 통한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되고 ▶대출심사 및 대출실행 이후 관리 프로세스 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담겨 있었다. 

부실심사라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 측은 현실적으로 실사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정대리인 제도는 혁신금융 기술을 가진 핀테크 업체와 제도권 금융회사가 협업해 신청하는 구조기 때문에 실무적인 리스크 관리는 두 회사 간 협업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뤄진다고 봤다. 그간 지정대리인을 수십건 선정했는데, 금융위가 이 회사들을 일일이 방문해 실사한다면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현장 실사는 어려웠지만 현장 격려는 쉬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해 11월 26일 경기도 파주의 팝펀딩 물류창고를 방문해 팝펀딩을 "동산금융 혁신사례"로 치켜 올렸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위가 허술한 절차로 부실 기업을 '혁신'으로 포장해 금융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금융시장의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혁신 기업 선정 절차에서도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병찬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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